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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서울실용음악고등학교에서 알려드립니다.

서울실용음악고등학교 재학생의 편지 

관리자 2020.11.03 612

서울실용음악고등학교 재학생의 편지

  

안녕하세요 조희연 교육감님 서울실용음악고등학교 재학생입니다.

 

올해 6월 말 저희는 해결되지 못한 학교의 문제로 친구들과 후배들의 ‘집단자퇴’ 라는 큰 아픔을 겪었습니다. 주변의 친구들, 믿고 따랐던 선생님들, 또한 시끌벅적하고 화목했던 학급의 분위기,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었던 최고의 라이벌 등 저희가 학교에 처음 교복을 입고 등교할 때 가졌던 그 모든 희망과 자부심들이 사라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수 개월간의 시간이 지나 현재 저희는 작년 비리로 인한 사단이 일어난 이후 가장 안정적이고 행복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비록 아픈 시간들이 있었지만 올해 2학기로 들어오면서 가장 먼저 수업이 재편성 되며, 새로 오셔서 빈자리를 채워주신 선생님들, 그리고 힘들었던 시기에도 끝까지 학생들을 포기하지 않고 각자의 자리를 지켜주셨던 기존의 선생님들 덕분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모든 수업이 원활하게 진행 되었으며, 많은 걱정거리와 문제들도 해소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재학생 모두가 내년에 들어올 신입생들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저희는 침묵했습니다. 자퇴한 학생들, 그 친구들의 부모님들이 교육청에 수 없이 많은 민원을 넣고 있음을 알았음에도, 매일 아침 학교 앞에서 확성기와 마이크를 이용해 시위를 하며 저희의 수업권을 방해하고 있었을 때에도 저희는 침묵했습니다.

다만 그 침묵은 “암묵적 동의”가 아닌 그저 학생의 자리에서 학생인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하며 오직 상처만 남은 우리 학교, 그리고 학생들 서로가 다시 우리들의 열정과 사랑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일에 힘쓰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학생의 신분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복잡한 일들은 어른들이 해결해 주실거라 믿고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그런 저희에게 돌아온 것은 종합시정명령과 함께 미이행시 폐교를 검토하겠다는 교육청의 답변과 연습실 사용에 관한 제한, 그리고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는다는 거짓 정보들로 채워진 이야기였습니다.

 

앞으로의 상황이 더욱 나아질 것이라 생각하며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저희에게 이러한 소식은 지금까지 쌓아왔던 모든 기대와 희망을 무너져 내리게 하는 말들이었습니다.

 

막막합니다. 지금까지 견뎌온 모든 것들이 헛수고로 돌아간 것만 같았고, 조금씩 보이던 그 길이 다시금 흐릿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다른 사람들의 근거 없는 이야기보단 현재 상황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 재학생들의 말에 더욱 귀 기울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재학생이 아닌 그 모든 이들은 현재 학교 상황에 대해 정확히 아는 바가 없으며, 혹여나 지금의 문제가 폐교라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면 학교가 폐교됨으로 인하여 피해 받는 사람들은 자퇴생들이 아닌 현재 학교에 남아있는 재학생들임을 기억하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고 신영복 교수님은 “과거는 현재와 미래의 디딤돌이면서 동시에 짐이다. 그리고 짐이기 때문에 지혜가 되기도 할 것이다. 그것을 지혜로 만드는 방법은 대화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친구들이 학교의 불안정한 상황으로 자퇴를 했던 과거는 그 이후 학교의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가는 디딤돌이 되었으며, 동시에 재학생들과의 입장차로 인한 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가 짐이 되었기에 현재로서는 교육청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껏 저희는 침묵을 유지 해왔지만 이 문제를 지혜로 만들기 위해 처음으로 재학생들의 입장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학교에서부터 집까지 적게는 왕복 1시간부터 많게는 4시간. 그 먼 거리를 매일 같이 버틸 수 있는 것은, 더 배우고 싶은 저희의 열정과 더 가르쳐 주고 싶은 선생님들의 마음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문제들이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이 학교에 남아있는 재학생들은 이 학교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이 곳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길 원합니다. 이 곳에서 성장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외부 연습실 사용을 금지하고 현재 신입,편입생들을 뽑지 않는다면 이 학교는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 할 것입니다. 학생이 없으면 그건 학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입니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작정 문제 해결을 “제한”을 통해 이루려 한다면, 그리고 그로인해 재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면 그 또한 저희들의 교육권이 침해 받는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다른 학생들보다 일찍 자신의 꿈을 가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누구에게 등 떠밀려서도 아닌 자발적으로 이 길을, 이 학교를 선택했습니다. 몇 시간이 걸리는 등,하교길을 다른 이유가 아닌 오로지 배우기 위해서 감수하고 있는 아이들입니다. 그저 마음 편하게 배우고 학교 다닐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단지 요구 드리려는 편지는 아닙니다. 그저 학교에 대한 저희의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고, 학교를 생각하고 사랑하는 재학생들의 마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저희는 폐교를 원하지 않으며 폐교가 이 문제의 해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재학생들과 현재 수업을 진행하시는 선생님들 모두 부정,부패와 비리를 눈감고 넘기려는 것이 아니라 죄를 지은 사람은 벌을 받되 그 외에 모든 일들은 정상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수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현재 모두를 죽이는 교육이 아니라 올바른 결정과 방향으로 모두를 살리는 교육. 그렇게 우리 모두가 교육청의 도움으로 더불어 함께 나아가고 싶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폐교만큼은 원하지 않는다는 서울실용음악고등학교 재학생들의 확고한 생각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울실용음악고등학교 재학생 일동 드림